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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일기 - 이별을 상담하다

끝이 났다.

그녀와의 시간이.  

지금 생각하면 참 오래된 것 같은데, 고작 1달 전이었다. 

 

이렇게 버젓이 글도 쓰고 있는 것 보면 별로 안 힘들어 보이긴 하겠지만 

스스로도 이렇게 태세 전환? 이 빨리 될지는 몰랐다. 

불과 2주일전만 해도 

죽도록. 

힘들었으니까. 

 

안 그런척 하고 싶어서 

괜찮아 보이려고 

여기다 글을 정상인인 것 마냥 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너와의 이별 따위 아무렇지 않게 오픈해서 모르는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다구.

난 이제 거뜬해!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건지...

 

브런치를 할까 티스토리를 할까 고민하다가 암 생각없이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와봤는데

생각보다 탬플릿이 괜찮게 바뀌어서 깜놀했다. 내 새로운 일기장은 티스토리로 결정. 

 

일기장의 첫번째 주제는 이별 상담이다. 

이별. 최근에 나에게 벌어졌던 가장 임팩트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더 특이했던건, 나라는 존재에 대한 충격이었다.

내 인생에 상담이란걸 받아보게 될지는 정말 몰랐는데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나쁜 년)

지푸라기도 잡고 싶었던지. 인스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별 상담을 신청하게 되었다. 

 

심리상담이란거. 사실 잘 모르는데 나에게 인식 자체는 어두운 느낌이었다. 다소 부정적인 느낌. 

거긴 뭔가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힘든 사람들이 도움을 청하는 곳. 

정서문제나 학교부적응 때문에 엄마가 애들 손 잡고 데려가는 곳

무엇보다 가장 큰 부정적인 느낌은 

사기꾼 스멜 풀풀 풍기는 상담사라는 호칭의 사람들이 심리취약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는 그루밍 관련 뉴스들이었다.   

 

근데 이런 내가 내 손으로 직접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심리상담을 신청하다니.

힘듬이 내 눈앞을 가리울 때는 정말 다른 생각이 1도 나지 않는다. 

내가 지금 당장 죽겠으니까.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어느새 상담사랑 카페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모든 몸구멍에서 눈물을 쏟아내면서 '제발 누구든 나좀 도와주세요' 할 때는 언제고.

막상 상담사랑 얘기를 시작하려니 그 뻘쭘함의 극치란. 

'내가 지금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지', '이 사람이랑 무슨 얘기를 얘기를 해야하지' 하고 제 정신으로 돌아와버렸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상담사라는 분이구나.

이 세상에 상담사라는 직업이 존재하긴 하는구나.

약간 연예인 보는 느낌도 있었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존재할 것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실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까.

그 순간에는 내 마음 힘든 것보다 상담사에 대한 궁금함이 더 앞서게 되었다.

요리조리 머리끝부터 발끌까지 호기심있게 쳐다보는 나.  

 

"밥은 먹고 왔어요? 잘 먹고 다녀요? 안색이 안 좋아보여요" 

 

상담사가 나를 보고나서 나한테 한 첫마디였다.

공급자와 고객 간에 오고가는 말의 느낌이 전혀 아니었다.

이건 흡사 엄마가 나한테 건네는 말의 느낌인데.

뭐지. 이 처음 보는 사람한테서 느껴지는 이 따뜻함은. 

이 사람은 왜 내 엄마가 되어 있는거지. 

 

자신을 헤이후의 상담사라고 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데였다.

하긴 심리상담 쪽에 유명한데가 어디인지도 난 몰랐으니까

아마 어디라고 해도 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데 였을 것이다.  

(사실 신청할 때도 이름도 제대로 안보고 신청했던 것 같다.

그때 내 눈은 눈물로 뒤범벅이 되고 시야가 흐릿해져서 브랜드 이름 따윈 중요하지도 않았다) 

 

신생 스타트업이라고 했다. 아뿔싸....그럼 초짜 아닌가.

그래도 이 바닥에 경력있는데를 갔었어야 됐는데. 

그런 불신의 표정이 내 얼굴에 드러났던지.

'회사가 신생이라고 상담사도 신생인건 아니에요. 저는 상담 경력 17년차랍니다' 라며 웃으며 얘기하더라. 

순간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좀 쪽팔렸다.

믿을게요 어르신. 제 마음 좀 치유해주세요. 

 

상담은 약 한시간반, 두시간? 정도 진행 됐다.

뭔 얘기를 해야할지 걱정,

처음보는 사람앞에서 얘기하려니 수줍어서 걱정,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얘기를 해야할지 계산하고 재느라 머리는 복잡. 

그런 상태로 계속 버벅거리는 나를 이 상담사가 능수능란하게 이끌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더라고. 

(역시 꾼은 꾼이었어)  

 

째깍째깍.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새 끝. 

 

여기다 상담 내용을 적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내 프라이버시니까......사실 상세하게 적기에는 좀 민망하고 수줍다) 

내가 내 첫번째 일기장에 남기고 싶은 내용은 따로 있다. 

바로 심리상담에 대해서. 

 

결론을 말하자면 

황당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상담이 끝났을 때 느꼈던

신천지를 발견했을 때의 흥분과 설레임 충만한 그 느낌.

그게 아직도 남아 있다

 

사실 나에게 심리상담의 이미지는 '200% 극강의 위로력을 보유한 친구' 이미지였다.

위로를 내 친구들보다 완전 프로페셔널하게 잘해주는 사람. 그런 이미지였다. 

그렇게 한 타임 full로 위로의 말 종합선물세트를 받으면 좀 나아지겠거니.

이 정도 생각으로 상담에 임했던 것 같다. 

그래. 얼마나 스킬풀하게 날 위로해주나 보자. 이런 마인드였던거지. 

 

내가 심리상담을 받고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사람은 날 위로해주지 않았다." 

정확히 얘기하면 나랑 거리를 둔 채, 말빨이나 능수능란한 세치혀로? 위로해주지 않았다. 

 

"이 사람은 나를 생각해줬다. 그것도 아주 깊게.

내 머리와 마음 속에 들어오려고 안간 힘을 쓰는 사람처럼" 

 

이 둘은 어마무시한 차이였다. 

 

내가 정신없고 우울함과 슬픔에 찌든 가운데 뱉어댔던 정리되지 못한 말들을 

하나하나 바구니에 주서담아 내 생각을 정리해주고, 대신 말해주고, 내 느낌과 감정을 물어봐주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힘들어하고 있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봐주었다.  

 

답을 주는게 아니었다.

"당신은 요래요래 한 상황이군요. 그럼 당신은 A형이에요! B를 행동하세요!" 같이

돈을 넣으면 음료수가 툭 튀어나오는. 그런 자판기 같은게 아니었다. 

 

"함께 찾아봐요 우리.

내가 지금 온전히 당신 그대로일 수는 없어요. 당신 그대로일 수 있는건 당신 스스로 뿐이에요.

다만, 당신이 온전히 당신일 수 있게 내가 옆에서 도와줄거에요. 전력을 다해서" 하며

정말 함께 답을 찾으려고 고민해주었다. 

 

정말 신기했던 건 

이 사람은 점집처럼 "니는 내년에 장가가게 될거야" 같은 명확한 정답을 준다고 한 것도 아니었는데, 

함께 얘기를 이어나가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정말 내 상황에 가장 근접한 정답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명확한 정답이라는게 애초에 어디있겠는가.

믿고 선택하는 문제이지.

삶에 정답이란게 어디 있다고. 

이 상담사가 하는 말이 더 맞는 말이다.

답은 주어진게 아니라 찾아나가는거라는거.  

 

이게 맞는지 안맞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나는 이 상담사와 함께

나만의 답을 찾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마음도 평안해졌다 ㅎㅎ

 

그 년을 잃은 대신에. 아니 덕분에. 

나 자신을 찾은 느낌이다. 이렇게 홀가분한 느낌이라니.  

 

사실 이별 말고도 내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고 나를 힘들게 만드는 요소들은 내 삶의 도처에 널리고 널렸다. 

상담의 신세계를 경험했으니, 다른 주제로도 상담받고 싶은데.

여기 헤이후라는 곳은 일단 아직은 이별상담만 전문으로 한댄다. 

한 놈만 판대나 어쩐대나. 그게 좀 아쉬웠다. 

 

다른데도 여기 같을지는. 내가 만난 그 상담사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의 첫경험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헤이후. 넌 일단 기억해두마) 

그리고 여기가 아니더라도 다른 상담하는 곳이라도

이제는 다른 힘든 일이 또 생기면 

용기내서 연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넌 이제 잘가라

나는 나를 계속 찾아 나가겄다

그걸 왜 이때까지 몰랐을까 몰라. 

중요한건 니가 아닌 나였는데 말야.

 

 

p.s 아. 이별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만약 내글을 본다면 참고하라고 링크 남겨둔다. 

(신생이라 여기 네이버에 검색도 잘 안된다)

딴데는 내가 경험 안해서 모르겠지만. 최소한 여긴 내가 경험해본 곳이니까. 

마음이 너무 힘들면. 분명 받으면 도움되는 곳이다. 

 

https://heywho.co.kr 

 

이별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당신을 찾아가는 이별상담 - 헤이후

이별의 아픔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순간,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당신이 계신 곳으로 헤이후의 숙련된 상담사가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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